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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키호테와 초인, <초인수업>을 읽고

소교의 행복코칭 2015. 1. 2.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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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잃은 왼팔, 귀국 중 해적에게 잡혀 시작된 5년간의 노예생활, 끊임없는 경제적 궁핍, 사기를 당해 지게 된 철창신세. 제대로 된 발음을 하기 어려운 겨우 남은 6개의 ‘이’. 이런 그가 말년에 남긴 작품……. 바로 '돈키호테'다.
자신의 능력을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 미겔 데 세르반데스는 이런 말을 했다.
“불행은 항상 재주있는 자를 따라다닌다”




니체의 생각과 조언을 쉽게 풀어낸 박찬국 교수의 <초인수업>은 읽는 내내 미겔 데 세르반데스를 연상시켰다. 니체는 어떠한 고난이 와도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삶을 사랑(운명애·amor fati)하는 사람을 초인이라고 했다.
<초인수업>을 통해 바라본 니체의 사상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나, 즉 인간 개개인에 대해. 둘째는 너,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셋째는 우리, 즉 관계에 대해서다.



첫째, 개인에 대해서 니체는 ‘우리자신과 동일시하는 의식 이면에 진정한 자기가 존재’한다고 봤다. 인간 내면에는 끊임없이 자신을 고양하고 강화시키고 싶어하는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니체는 인간의 의지와 생명력을 강하게 만드는 것은 힘이 증가되고 저항을 극복했을 때라고 강조한다. 이러한 의지는 삶의 변화가 필요할 때 즉 생명력이 약해졌을 때 ‘병’이든 ‘허무감’이든 어떤 방식으로든지 신호를 보낸다고 보았다. 이것들이 바로 인간에게 닥친 고난과 역경이며, 바로 ‘나 자신을 극복하고 성장시키는 원동력’이라는 것이다.
나에게 힘듦이 닥친다는 것은 ‘아 내가 변화하라는 신호구나. 내 생명력이 약해졌구나. 강하게 단련시켜야겠다’는 표식인 셈이다.
니체는 자기 자신을 통제하고 지배하면서 자신을 일정한 방향으로 길러낼 줄 아는 사람이야말로 초인, 고귀한 자라고 설명한다. 이를 위한 방법론중 하나로 감정과 생각을 다스리는 것을 넘어 ‘신체를 다스려야 한다’고 못박는다. 신체를 엄격히 단련하고 훈육해야 영혼이 강해지고 힘으로 충만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불어 예술은 삶의 위대한 자극제라고 말하며 삶의 예술가가 되라고 말한다. 니체는 인간이 그때마다의 힘의 상태에 따라 사물과 세계를 달리 보게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매 순간 도취라는 고양된 기분속에서 삶과 세계를 아름답고 충만한 것으로 경험할 수 있는 사람으로 살라고 말한다. 결국 그는 생을 긍정할 수 있는 길을 예술에서 발견하고 있으며 우리 각자가 예술가적인 정신상태로 삶을 살라고 강조한다.

둘째,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서 니체는 철저히 신은 인간이 만들어낸 것으로 표현한다. 그에게 있어 종교란 인간을 성숙시키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해야 하는 종류의 것인 셈이다. 그렇기에 그는 하느님에 가장 가까이 가는 깃은 신을 찬양하고 온갖 예식에 참여하는 것이 아니라 성숙한 지혜로 사람들과 뭇 생명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더불어 내가 왜 사는지, 인생은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등의 질문은 삶에 재미가 없기 때문이라고 못박는다. 니체를 분석한 박찬국 교수는 이즈음에서 흥미로운 이야기를 던진다. 재미있는 놀이를 할 때 ‘왜 이 놀이를 하지?’라고 묻지 않지만 놀이가 재미없을 때도 계속 그 놀이를 해야 할 때 이같은 질문을 하게 된다는 것.
삶도 마찬가지다. 흥미롭고 작은 것에도 감탄하며 즐겁게 지낼때는 ‘내가 왜 살지?’ ‘내 인생의 의미는 뭐지?’라고 묻지 않는다. 외롭다거나 우울해지거나, 힘든 상황이 닥칠 때 이러한 인생의 질문들이 두루마리 화장지처럼 쫘악 펼쳐진다.
니체는 ‘아이의 정신’이란 표현을 사용한다. 이는 작은 것에도 즐거워하며 인생을 유희처럼 사는 것을 말한다. 즉 허무주의인 니힐리즘을 극복하면서 새로운 활력을 회복한 정신의 상태를 의미한다. 인생의 의미에 대한 물음은 ‘어떤 이론적인 답을 통해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닌, 오히려 물음 자체가 일어나지 않는 상태로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것으로만 해결 가능’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리 즉 관계에 대해 니체는 경쟁과 투쟁을 나쁜 것이 아닌 오히려 승화시켜 나와 세계를 발전시킬 수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경쟁이 없는 사회는 발전이 없다는 것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힘을 추구하며 자신을 강화,고양시키려고 하기 때문에 세계에서의 투쟁은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단 경쟁과 투쟁이 정당화 되려면 겨뤄야 할 대상이 나와 비등하거나 나보다 더 우월한 존재여서 나 자신을 위험에 처하게 할 때만 가능하다고 덧붙인다.

결국 니체는 인간으로 태어났다면 어떤 환경이 주어져도 삶을 사랑하는 운명애를 지니고 오히려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끊임없이 도전하고 그런 삶을 사랑했던 세르반데스는 니체가 말했던 ‘초인’에 가깝다.
팔 한쪽을 잃었을 때 세르반데스는 바로 귀국하지 않고 또 다른 전쟁터에 참여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고통을 받을 때도 글쓰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닥치는 대로 종이에 쓰인 글들을 읽고 또 읽으며 글쓰기를 연마했다.
‘위험하게 사는 것만큼 아름다운 것은 없다’
‘인생을 예술로 만들어라’

세르반데스가 한 말을 마지막으로 떠올려본다.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하며
이길 수 없는 적과 싸우고
견딜 수 없는 고통을 견디며
잡을 수 없는 저 하늘의 별을 잡자”

역경과 고난을 순순히 받아들이고 이를 헤쳐나간 미겔 데 세르반데스. 성경다음으로 많이 번역됐다는 <돈키호테>는 운명애 ‘아모르 빠띠(amor fati)’를 실천한 그의 삶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더불어 니체의 생각과 주장을 <초인수업>이란 책으로 쉽게 풀어쓴 박찬국 교수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고3 겨울방학때 대학생 필독서라는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 몇장을 읽고 니체에 대해 ‘어렵다’는 편견을 갖고 수많은 시간동안 한 장 들춰볼 생각 못했던 내게 ‘니체 책을 읽어보고싶다’는 마음을 내게 했으니 말이다.
이번 주말에는 명랑문고로 읽었던 어린이용대신 원본 번역본 <돈키호테>와 몇 장 읽다만 <짜라투스투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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