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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하는 여행

소교의 행복코칭 2015. 2. 21. 16: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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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하롱베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는 가운데, 수상가옥 몇채가 얼기설기 모여있는 곳에 관광객을

태운 배가 정박했다.

 

배가 멈춰선 뒤 카약을 타고 수상가옥 쪽으로 이동했다. 작은 수상가옥 중에서도 더욱 아담한 집 한채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했던 터다.

 

카약을 할머니 수상가옥에 대자 남편인듯 보이는 할아버지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좁은 문으로 나오신다. 카약을 대나무

로 얽기설기 엮은 수상가옥 갑판에 묶어주시는 할아버지는 표정이 없다. 

바닷바람과 세월에 주름이 깊어진 할머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낯선 손님을 흔쾌히 돗자리로 안내하셨다.

 


차를 내오고 무언가를 컵에 따라 두손으로 정선껏 주시는데 마셔보니 사이다다. 할머니가 손님에게 대접할 수 있는 최고의 음료.

 

 주섬주섬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내더니 바닥에 펴놓으신다. 아들 사진과 학위증으로 보이는 종이들이 나온다. 손가락으로 표시하는것을 보니 둘째인가보다. 하노이에서 일을 하고있는 아들자랑을 하시는거다. 평생을 수상가옥에서 굴양식과 고기를 잡으며 살았을 노부부. 앞니가 벌어진채 환한 웃음을 짓는 할머니와, 할머니가 말씀하는 것을 다 들어주는 무표정한 할아버지.

 

이 노부부는 개 한마리를 벗삼아 바다 한가운데서 살고있었다.그들에게 있어 뭍에사는 아들은 자랑거리일터다. 그걸 위안으로 산다. 할머니의 순박한 마음이 찡하다. 

 

 

조금있다 나를 밖으로 이끌더니 손으로 물쪽을 가리키다 입으로 가져가며 먹을거냐는 시늉을 하신다.

 

뭐가 있나 내려다보니 그물을 치고 굴을 키우고 계시는거다. 알았다고 하니 굴을 몇개 꺼내더니 할아버지께 드린다. 양푼을 바닷물로 씻은 할아버지는 굴을 양푼에 담고 숯불화로 위에 놓고 삶는다. 
삶은 굴을 정성껏 그릇에 담는 할머니.  

 

 

 

 

구워주신 굴을 감사한 마음으로 먹는다. 이건 굴이 아니라 '정'이고 '관심'이고 '사랑'이다. 간간히 직접 굴을 까 먹기쉽게 내 앞에 갖다주신다. 흐뭇한 표정을 짓는 할머니 앞에서 나는 어느새 할머니의 손녀가 된다. 할머지는 뭔가 아쉬운지 자꾸 손을잡고 어깨를 쓰다듬고 뭔가를 더 주고 싶어하셨다.
 
사람들은 종종 묻는다. 혼자 여행하면 위험하지 않냐고. 외롭진 않냐고. 
혼자 여행하면 오히려 좋은 인연을 만날 기회가 더 많아진다. 내가 따뜻함을 내비치면 상대방 역시 따뜻함을 보이며 활짝 가슴을 연다. 오늘도 나는 가슴이 따뜻한 사람을 만났다. 그 따뜻함에 내 안의 따뜻함이 더 커짐을 느낀다. 감사한 하루다. 여행의 고단함은 어느새 스르륵 녹아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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