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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여행기

왜 한국여자들은 서른이 넘어서 혼자 여행을 하는가

소교의 행복코칭 2015. 3. 10.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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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한국여자들은 서른이 넘어 혼자 여행을 하는가?"

 

 

난감했다. 뭐라고 답해야하나...

 

여행을 하다보면 꽤나 난감한 그리고 웃기는 질문을 종종 듣는다.

"너네 집에 텔레비전이 있니?"라는 무관심 혹은 무지에서 나오는 질문부터,"북한의 정치체제와 김씨 일가에 대해 어찌 생각하냐는" 정치적인 견해를 요구하는 물음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서른넘어 홀로 여행하는 여성'에 대해는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웠다.

 

이럴 땐 자기분석으로 들어가는게 해답을 찾는 지름길이다.

'나는 왜 여행을 하지?'

 

 

<혼자다니는 여행에서 유독많은 그림자 사진>

가장 손쉽게 내 존재를 나타낼수 있으니까...

 

처음 여행은 꿈에서 시작되었다. 20대 초반...PD를 꿈꾸며 다큐멘터리를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카메라하나 들고 준비 없이 영국으로 건너갔다.

 '사하라 사막을 만든 마이클 폴린을 만나리라. 영국 BBC에서 아르바이트라도 하며 방송일을 배우자!'

'초심자의 행운'은 '2001년 오딧세이의' 각본을 쓴 작가를 만나 영어를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주었지만 대신 카메라를 분실하는 '시험'에 들게 했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여기서 자신만의 신화를 만드는 길로 들어서냐 아니면 포기하느냐의 선택을 하게 된다.

나는 무엇을 택했던가.

비싼 카메라를 장만할 수 없었기에 다큐멘터리 제작 대신 눈과 가슴에 다큐멘터리를 담아오기로 했다. 일종의 타협이었다. 문화의 거리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언어를 배우고 예술과 일상을 즐겼다. 온몸에 240여개의 피어싱을 한 여든에 가까운 전직 은행원부터 내가 판매하던 이스라엘 샌드위치를 보는 앞에서 훔쳐가며 히히덕대는 장난끼 가득한 동유럽 청년까지.. 

 

<홀로이기에 여행지에서의 아름다운 풍광은 때로 아쉬울 때가 많다>

 

 

그 이후의 여행들은 일때문에, 일상탈출을 위해, 사랑하고 싶어서, 세상이 궁금해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등 다양해졌다.

 

한달 반의 여행 중에 모처럼 한인게스트하우스에 묵었다. 서른이 넘은 한국여성이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에 궁금증이 일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 여주인은 묻기도 전에 도리어 내게 질문공세를 퍼부었다.

 

"뭐하는분이세요?"

"........."

"보통 서른 넘어 한달이상 여행하는 여성분들을 보면 딱 세가지던데.

 선생님이거나, 회사를 때려치고 나온분이거나 프리랜서거나."

 

웃음이 나왔다. 내가 말하려던 것을 고스란히 그녀가 질문했기 때문이다. 

 

선생님과 프리랜서는 그렇다치자. 회사를 때려치고 서른 넘어 여행을 나온 그녀들은 왜 여행을 택하는가? 심지어 여행이 그녀처럼 이렇게 해외에 자리를 잡게까지 하지 않았던가.

 

나의 경험상...그리고 그동안 여행하며 만나 왔던 수많은 그녀들의 이야기를 들어본바 이렇게 종합된다.

 

서른이 넘어 혼자 여행하는 여자들...에는 3가지의 팩트가 담겨있다.

'서른'이란 나이

'혼자'라는 조건

그리고 '여자'라는 성별.

 

 

 

대체적으로 서른 넘은 그녀들은 학교를 졸업하고 다른 세상 경험을 한 두번 해봤고 돈도 벌어봤다. 찐한 사랑이 뭔지도 알고, 결혼을 한 두번 해봤거나 결혼까지 갈 뻔(?)했으나 선택하지 않았다. 현재의 일이 내 꿈과 맞는지 수차례 고민을 했고 그녀들에게 딱 맞는 결혼 상대자는 아직 마땅치 않다.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고 생각하지만 미래가 깜깜하기는 매한가지다. 그녀들은 다시 세상맛보기를 해보고 싶다.

과감히 회사를 때려친다. 두려움보다 희열이 앞선다. 먹여살려야 할 처(?)자식이 있는것도 아니다. 대체적으로 자식이 원하는것을 하길 바라는 감사한 우리 부모님 세대 덕분에 그녀들은 자신에게 보다 충실해져도 괜찮아졌다.

 용감한 그녀들은 비행기표를 산다. 꼼꼼한 그녀는 계획을 짜고, 덜렁대는 그녀는 목적지만 정하고 계획없이 다른세계로 떠난다.

 

 

 

 

자...그렇다면 그녀들은 여행을 통해 무엇을 얻기 바라는가? 아니 무엇을 얻을 수 있는가?

 

여행은 배우기를 작정하고 떠나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챙겨올 수 있는거 맞다.

하나를 들어도 일상에서보다 더 깊게 각인된다. 오감이 열리기 때문이다. 생경한 곳에 도착하면 원치 않아도 더 많은 것이 눈에 들어오고 귀기울여 듣게 된다. 익숙지 않은 공기와 혀에 와닿는 낯선맛이 그저 새롭다.

여행은 기본적으로 아기가 된다. 아무리 현지어에 능통하다 해도 처음가는 곳이라 어리둥절하기는 매한가지다. 언어가 통하지 않는 곳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탈출'이나 '도피'이건 사색할 시간이 필요해서이건 무조건 여행은 남는게 있다. 목적한 바를 얻지 못했더라도 빈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

단...떠나기 이전에 그녀들의 그릇이 얼마만하냐에 따라 얻어오게 되는 것은 천차만별이다.

 

왜 한국여자들은 서른이 넘어서 혼자 여행을 하는가?

세상 돌아가는 것을 삼십년이 넘는 나이테로 경험한 그녀들은 일상탈출을 도모한다. 이 의미심장한 모험은 그녀들이 꾸는 꿈과 버무려져 기대감까지 안겨준다. 이러한 '세상을 향한 창문열기'는 그녀들에게 어떤 방향으로든 도움이 된다. 단 떠나기 전에 자신을 충분히 이해하고 사랑함으로써 그릇을 좀더 키우고 떠나자.

그리고 나서 떠나도 늦지 않다. 내가 성장해야 여행에서 버리고 싶은 것과 담아올 수 있는 것의 크기가 커진다. 

 

<말레이시아 페낭에 어떤이가 남긴글:

"언젠가는 인터렉티브 아트를 할거야(아티스트가 될거야)">

 

<그 옆에 다른이가 써놓은 글귀가 더 와닿는다:

"꿈만 꾸지말고 그냥 되세요..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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