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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세계랭킹 6위의 카우치서퍼 '마우리지오' 본문

여행/카우치서핑

11. 세계랭킹 6위의 카우치서퍼 '마우리지오'

소교의 행복코칭 2013. 5. 9.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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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그것도

 

Re: Dear Maurizio

 "너는 내 프로파일을 전혀 읽지도 않았어.

이런 방식으로는 밀라노에서 단 한명의 호스트도 찾지 못할 거야."

 

well... you even didnt read my profile at all!
in this way you will never find a host in milano.
www.effemeridi.it/cs/noway.htm

 

 

라는 기분나쁜 메일로...

당황스러웠다. 억울했다. 난 그의 프로파일을 열심히 읽고 CS요청을 보냈는데.....

결국 수차례의 메일이 오가고 나서야 오해(?)를 풀고 인터뷰를 할 수 있게 됐다.

 

 

<이탈리아의 대표 카우치서퍼 마우리지오(54)>

 

 

이탈리아 밀라노에는 이렇게 제멋대로인 '핫'한 남자가 산다.

바로 정열의 섬 시칠리아 출신 카우치서퍼 '마우리지오(54세)'다.

자기마음에 들지않으면 '너 이러려면 메일보내지마' '너 진짜 성의없다' ' 너 이래서 누가 재워주겠어?' 등등의 '막말?'도 서슴치 않는다. 대신, 자신의 마음에 들면 집을 방문한 손님에게 음식을 해주고, 같이 여행도 다니는 열정파다.

 

<마우리지오의 카우치서핑 자기소개란>

 

 

 

 

그의 집은 밀라노의 중심가 빌라촌에 자리하고 있었다.

<마우리지오 집으로 향하는 길>

 

 

 

육중하고 오래된 듯한 철제 엘리베이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자마자, 엘리베이터 소리를 들었는지 현관문이 활짝 열렸다. 회색 눈을 반짝이는 다부진 체격의 마우리지오가 나를 반갑게 맞이해줬다. 

"챠오 Ciao~"

"챠오~"

그와 함께 살고 있는 여자친구가 뒤따라나와 환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의 집 벽면에는 곳곳에 재미난그림들이 걸려있었다.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해 자신과 친구들의 얼굴을 벽면 반을 차지하게 그려넣은 그림부터, 손바닥만한 스케치까지.

<벽면을 장식하고 있는 사진과 그림들>

 

 

 

<최후의 만찬을 패러디한 그림>

 

 

 

눈에 띄는 노란색 바탕의 그림이 있어 살펴보니 'The CouchSurfing project'라는 글씨가 씌여있다.

아는 카우치서퍼 친구가 그려준 그림이란다. 그의 집에서 카우치서퍼들이 모여 파티를 열고 있고, 건너편에 사는 할아버지가 시끄럽다고 불평을 늘어놓는 익살스런 그림이다.

 

 <마우리지오 거실 벽에 걸려있는 그림>

 

 

 

카우치서퍼답게(?) '소파(카우치)'에 앉아 편히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질문을 하기도 전에, 그는 카우치에 대한 설명을 줄줄 늘어놓기 시작했다.

"카우치 서핑은 문화 교류의 선두자 역할을 하고 있어요. 이탈리아 사람들은 상대방의 뺨을 좌우 한번씩 맞대고 '쪽' 키스하는 소리를 내며 인사를 하죠. 하지만 이런 문화는 낯선 사람에게는 당황스러울 수 있어요."

마우리지오는 코미코라는 일본 아가씨가 집에 머물렀을 때의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시아에서 온 아가씨기에 처음에는 악수로 인사를 청했어요. 며칠을 우리집에 머무는 동안, 나는 그녀에게 파스타를 만들어주었고, 다음날 그녀는 스시 만드는 법을 내게 가르쳐주었지요. 시간을 내어 같이 밀라노 인근 여행을 하기도 했답니다. 고미코가 떠날때 기차역까지 마중을 나갔어요. 내가 그녀에게 악수를 하기위해 손을 내밀자, 고미코는 내 손을 끌어당겨 안은뒤, 이탈리아식 인사를 했어요. 우리는 아쉬움을 눈물 한방울에 담아 전했답니다."

 

그가 말하는 카우치서핑은 '문화적 장벽을 무너뜨리는데 가장 좋은 방법' 가운데 하나다.

"어떤 사람을 만나더라도 항상 공유할것이 있어요. 그렇기에 서로 친해지며 낯선 문화를 배우고 익힐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우선해야할 것은 낯선 사람과 지내기 위해서 오픈마인드를 지녀야 한다는 것임을 강조했다.
 

마우리지오의 집은 2007년 2월 가입이후, 여행할 때를 제외하고 단 하루도 빠짐없이 늘 카우치서퍼들로 북적인다. 지금까지 300명에 가까운 외지손님들이 그의 집을 찾았다. 하루에도 10명이 넘는 카우치서퍼들이 카우치 요청메일을 보낸다. 그가 방문한 카우치서퍼의 집도 50건에 달한다.

카우치서핑 친구만 1000여 명이 넘는다. 하루 평균 18명 정도가 그의 카우치서핑 홈페이지를 방문한다. 많게는 40명도 훌쩍 넘는다. 5년여의 시간동안 112건의 카우치서핑 미팅에 참여했다. 물론 그가 주선하는 미팅도 수십건에 달한다.  

이 결과 그는 전세계 카우치서퍼 가운데 경험순으로 상위 랭킹 6위다. 

2011년 1월 CS사이트의 대대적인 개편 이후 사라진 시스템이지만, 그는 이탈리아 CS를 대표하는 엠베서더(Ambassador_카우치서핑 대사)이기도 했다. 한 나라에 CS 대사는 나라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열손가락안에 꼽힌다. 

 

 

 

 <마우리지오가 CS를 통해 만난 친구들>

 

이렇게 카우치서핑에 열정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님께 감사하죠. 부모님이 늘 사람들 돕기를 좋아하고 대접을 잘하셨어요. 그것이 제가 카우치서핑을 하는데 큰 영향을 미쳤어요."

2년전 크리스마스때, 마우리지오는 어머니가 계시는 고향 시칠리아에 카우치서퍼들과 함께 집을 방문해도 되겠냐고 말씀을 드린적이 있다. 당시 82살이셨던 어머니는 흔쾌히 승락을 하셨고 17명의 카우치서퍼들이 6일동안 머물렀다. 

12월 31일 새해파티 모임에는 전지역에서 무려 카우치서퍼 110명이 시칠리아 집에 모이기도 했다.

그는 "어머니가 모두 모여있는 2층으로 올라오셨어요. 그리고 '이렇게 모여줘서 이 엄마가 너무 감사해요"라는 말을 하셨는데, 이 말에 모두들 울기시작했어요."라고 말하며 오히려 사람들이 오는 것을 감사하는 어머니가 계셔 너무 행복하다고 덧붙였다. 

   

카우치서핑은 마우리지오에게 어떤 의미일까?

시칠리아 태생의 에너지가 넘치는 남자는 이렇게 말했다.

"늘 지구 곳곳에서 오는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는것, 그 자체가 생동감을 주죠. 살아있음을 느끼고. 한 평생 사는데, 얼마나 좋아요. 늘 즐겁고 유쾌한....... 여행자가 지니는 에너지는 그 자체로 생동감있죠."  

그는 삶과 카우치서핑을 균형있게 이루려고 노력한다. 꾸준히 카우치서핑 손님을 받지만, 휴식이나 개인적인 시간이 필요할 땐 잠시 카우치서핑을 접거나 휴가를 내고 여행을 다녀온다.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좋은 경험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그는 여행하기 전 미리 카우치서핑 친구를 사귀어놓으라고 조언했다.

"저는 아일랜드에 여행가기 전, 300명에게 메일을 보냈어요. 그리고 그 가운데 몇명과 친구가 되어 아일랜드 여행을 매우 즐겁게 할 수 있었지요."

마우리지오는 급하게 잠잘곳을 구하기보다 어떤 좋은 친구를 사귀고 그 친구와 시간을 보낼지 생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여행 방법에 대한 그의 생각을 팁으로 알려주기도 했다.

"가령 일주일 여행을 간다고 봅시다. 사실 일주일이면 많은것을 할 수 있어요. 하지만 뭘 얻었냐? 나중에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없어요. 빨리가면서 조금씩 다른곳 보는게 아니라, 한곳에서 조금씩 보는게 좋아요."

그는 일본인과 유럽인의 여행 특성에 대해 각각 "그들의 삶을 즐기지 못한다", "더 천천히가 필요하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카우치서핑을 하면서 좋지 않은 경험은 없었을까?
딱 두번 있었다고 한다. 한번은 뉴질랜드에서 온 18살 아가씨 둘을 집에 머물게 했을때였다. 오로지 파티를 위해서 이탈리아를 방문한 철부지들이었다. 새벽에 집에 들어오고, 오후늦게까지 잠을자다가
저녁즈음 샤워 하고 파티준비를 한 뒤 밤문화를 즐기러 나가기를 반복했다. 3일동안 이 아가씨들과의 대화는 샤워를 위해 잠시 나왔을때 고작 몇마디를 나눈것이 다였다. 이후부터 다시는 이런 파티걸들을 집에 초대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 한번은 친구의 친구를 재워줬을 때였다. 그녀가 떠나고나서야 전자제품이 없어진 것을 알게되었다고 한다.

"이 두번 빼고는 전혀 없었어요. 모든 경험 하나하나가 소중했답니다."

 

  

 

 <마우리지오의 CS홈페이지를 찾은 나라별 사람들>

 

 

그는 점점 더 카우치서퍼 인구가 늘것이라며 카우치서핑에 대해 한국에도 자세히 소개해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말대로 2009년 카우치서핑 웹사이트 사용자는 백만명이었다. 2010년 인터뷰당시는 이백만명이 조금 넘었다. 2012년 말 가입자수는 천사백만으로,  2009년에 비해 10.4배가 늘은 셈이다.

 

서로의 문화를 주고 받고 경험하고, 지구 반대편의 친구를 사귈 수 있는 카우치서핑. 이 경이로우 여행문화가 퍼지는데 일조를 하고 있는 마우리지오 망가노. 그의 삶과 삶을 대하는 태도가 나를 미소짓게했다.

 

 

 

  

한국은 아직은 영어권국가들처럼 활발하게 카우치서핑이 활용되고 있지는 못하다. 하지만 카우치서핑에 대한 경험담과 질문 등 그와 관련 글들이 2009년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오픈 마인드로, 현지의 문화와 내가 살아온 지역의 문화를 주고 받는 경이로운 경험은 더 활발해져야 한다. 

 

written by 智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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