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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은 기자의 세상과 소통하기
1969개의 섬으로 이루어진 하롱베이 아름다운 풍광을 눈에 담는 가운데, 수상가옥 몇채가 얼기설기 모여있는 곳에 관광객을 태운 배가 정박했다. 배가 멈춰선 뒤 카약을 타고 수상가옥 쪽으로 이동했다. 작은 수상가옥 중에서도 더욱 아담한 집 한채에 앉아 있던 한 할머니가 들어오라고 손짓을 한다. 그들의 살림살이가 궁금했던 터다. 카약을 할머니 수상가옥에 대자 남편인듯 보이는 할아버지가 구부정한 허리를 펴며 좁은 문으로 나오신다. 카약을 대나무 로 얽기설기 엮은 수상가옥 갑판에 묶어주시는 할아버지는 표정이 없다. 바닷바람과 세월에 주름이 깊어진 할머니는 환한 웃음을 지으며 낯선 손님을 흔쾌히 돗자리로 안내하셨다. 차를 내오고 무언가를 컵에 따라 두손으로 정선껏 주시는데 마셔보니 사이다다. 할머니가 손님에게 대..
#하루를 만나도 가슴에 남는 친구가 있다. 하노이에서 조우하게된 피옌. 눈이 맑은 그녀는 7년전 갓난아이를 데리고 이혼한 싱글맘이다. 일반적인 베트남 사람들이 보기에 '기가 센' 여자다. 아시아에서 태어난 여자들에게 '이혼'과 '싱글맘'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만만치 않다. 게다가 많이 배우기(?)까지 했다. 갓난 아이를 부모님에게 맡기고 석사과정을 끝마쳤고 이제는 해외로 박사공부를 하러 갈 예정이다. 많이 배우고 똑똑한 싱글맘. 그런 눈흘김을 그녀는 상처받지 않고 지나쳤다. 한번뿐인 삶을 매순간 아름답고 즐겁게 살겠다고 선택했기 때문이다. '오 마이 갓' 나와 동일한 사고방식과 삶의 모토를 지닌 그녀를 어찌 사랑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카우치서핑에서 그녀를 검색했을때부터 직감적으로 알았다. 피옌과의 관계..
가방싸기의 괴로움을 즐거움으로 어떤이는 여행가방을 싸고 준비하는동안 여행의 설렘이 시작된다고 한다. 내게는 여행가방싸기는 참으로 곤욕스럽고 재미없는 일이었다. 누군가 가방을 싸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재 살기' '지금 이순간을 즐기기' 연습을 하고 있던 터라 마음을 바꿔먹었다. 기왕 하는거 더 재미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할까? 우선 음악을 틀었다. 재즈클래식.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내들었다.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최대한 부피가 적고 다양하게 연출할 수 있는 옷의 종류를 스케치하고 색을 입혔다. 가위로 잘라서 어린시절 종이인형 놀이를 하듯 상의와 하의를 맞춰봤다. 이렇게 하는 과정이 신이나서 사진을 찍어놓고는 혼자 웃는다. 뭐든 놀이처럼...그 순간을 즐기고 감사하고 온전히 느끼기... 연습을 ..
전쟁터에서 잃은 왼팔, 귀국 중 해적에게 잡혀 시작된 5년간의 노예생활, 끊임없는 경제적 궁핍, 사기를 당해 지게 된 철창신세. 제대로 된 발음을 하기 어려운 겨우 남은 6개의 ‘이’. 이런 그가 말년에 남긴 작품……. 바로 '돈키호테'다.자신의 능력을 믿고 절대 포기하지 않았던 작가 미겔 데 세르반데스는 이런 말을 했다.“불행은 항상 재주있는 자를 따라다닌다” 니체의 생각과 조언을 쉽게 풀어낸 박찬국 교수의 은 읽는 내내 미겔 데 세르반데스를 연상시켰다. 니체는 어떠한 고난이 와도 이를 받아들이고 극복하는, 삶을 사랑(운명애·amor fati)하는 사람을 초인이라고 했다.을 통해 바라본 니체의 사상은 크게 3가지다. 첫째는 나, 즉 인간 개개인에 대해. 둘째는 너, 즉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에 대해. ..
처음이었다.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가.염이란 것은 이렇게 하는구나.... 눈물반 침묵반으로 지켜봤었다.살가왔던 사람이 생기를 잃고 밀랍인형처럼 누워있는데 내 가족도 아닌 사람이 입에 쌀을 넣어주고 있었다.염을 해주는 고마웠던 분. 연극 주인공의 직업은 바로 그 '염쟁이'다.염쟁이 유씨.평생을 죽은사람 염을 해주며 생을 이어온 주인공이다.살기위해 죽은사람을 만나는 사람. 매일 죽음을 접하는 일이기에 그에게 죽음은 두렵거나 무섭거나 하는 단어가 아니다. "사람들은 다 잘 죽기 위해 잘 살려고 하는거 아닌가""산다는건 사람들에게 정성을 다 하는거지"칠십이 다 된 주인공이 내뱉는 독백은 구절구절이 심금을 울린다. 유씨는 죽은이의 몸을 향내 나는 물로 정성껏 닦고 귀천길에 굶지말고 천시받지 말라고 입에 쌀을 넣어준..
'사랑에 관한 성찰'로 유명한 레오 버스카글리아 교수의 책 중에 '스프링 칸타타'가 있다. 큰 나무의 잎파리 하나로 태어난 '프레디'가 친구 잎사귀 '다니엘'에게 가을이 되어 나뭇잎이 떨어질 때가 되었을때 이렇게 묻는다. "이렇게 떨어져서 결국 죽을 거라면, 도대체 우리는 왜 이세상에 태어난 걸까?" 다니엘은 이렇게 대답한다. "우리가 만났던 해와 달에 그 이유가 있지. 우리가 함께했던 행복한 시간들을 떠올려 봐. 우리가 드리웠던 그늘과 노인들과 어린아이들, 가을에 우리게에 주어진 그 모든 빛깔,그리고 우리가 흘러온 계절들.그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모든 관계는 만남과 이별이 있다. 인간관계든, 일적인 관계이든...세계와의 관계이든.. 그 만남 하나하나에 순간의 감사와 즐거움, 주위를 둘어보고 아름다..
내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 완전히 이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어떻게 그럴수있어'라는 말은 결국 완전한 이해를 하지 못했던 것.이해는 사랑과 동일어다. 이해한다는 것은 사랑한다는 것. 사랑은 이해다.행복한 사람은 사랑하는 사람이고, 사랑하는 사람은 이해하는 사람이다. 내가 한 것은 사랑이 아니었다.사랑은 자유롭게 하는 것이고, 집착하거나 울타리를 치지 않는다.사랑은 감정이 아니다. 그렇기에 사랑을 한다면 불만족스럽지 않다. 서로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다. 우리가 충분히 사랑한다면 사랑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은 할 수 없다. 기분이 좋다면 우리는 사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은 행복이다. 기분이 나쁘다면 그것은 사랑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완전한 사랑은 변함없고 결코..
나는 포옹하는 것이 좋다.상대방의 심장과 내 심장이 맞닿는 느낌, 팔로 상대의 목이나 가슴을 끌어안을때 느껴지는 든든함과 사랑의 감정. 낯선 나라를 여행하며 배우기 시작했다. 뺨과 뺨이 맞닿거나 포옹을 하는 인사.차오, 앗 살라 말레이꿈, 봉쥬르.어색했다. 뺨과 뺨이 맞닫는 느낌과 그 행위자체가.민망했다. 껴안는다는 것이. 어느순간 감사과 행복감이 그대로 전해졌다. 언어는 달랐지만, 상대의 체온과 촉감을 느끼고 보듬으면서 하는 만남과 헤어짐의 인사는 감동 그자체였다. 2015년 새해다. 어제의 해와 오늘의 해가 다르지는 않겠으나, 의미부여를 하는 순간 오늘의 태양은 어제의 태양이 아니다. 새해에는 그저 많이 포옹하고 많이 감사하며 따스한 온기를 상대에게 고스란히 전해주는 해가 되기를 기대해본다.